배상현 CHI'25 후기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CHI’25에 참석했다. 처음으로 참가하는 국제 학회였고, 그것도 HCI 분야의 탑티어에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CHI여서 기대도 컸고, 궁금한 점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았다.

주말동안은 학회가 시작하기 전 학회장에 방문에 명찰을 수령하고, TACT lab 스티커를 붙이고 인증샷을 찍었다. 내 이름의 명찰에 My First CHI가 붙으니 학회가 정말 코앞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세션 리스트와 논문들의 영상들을 보며 저자가 직접 발표하는 최고의 논문들을 들을 생각에 들떴고, 관심있지만 시간이 겹쳐 듣기 어려운 논문들 사이를 고민하며 열심히 스케줄을 정리했다.

분류 체계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용성 장애(disability) 분류 매트릭스

논문 세션은 굉장히 신선했다. 촉각, VR, physical interaction을 포함한 다양한 세션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수많은 발표를 들었다. HCI의 넓은 분야와 각 분야별로 특화된 연구적 접근법, 분석법, 배경지식과 관련 연구들이 보석처럼 다가왔다. 마치 주관적인 사용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지 모르다가 NASA-TLX을 만났을 때처럼, 막연한 직관이 트이는 학문적 감탄의 연속이었다. 전문 용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조사 및 연구 능력이 얼마나 차이가 날지 소름 돋을 정도로 실감하게 되었다.

몰입형 가상현실에서 UI 요소들의 배치나 상호작용 방식에 관한 관련 연구들
게임 "다크소울"의 플레이가 플레이어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게임의 영향에 대한 분석을 커뮤니티 글을 분석함으로 연구 할수도 있다는걸 처음 알게되었다.

또, 꽤 신기했던 점은 생각보다 한개의 논문을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문당 발표 10분 내, 질문 1-2개) 이번에 발표가 예정되었던 준수씨는 자신의 발표 내용을 시간 내에 전부 담기가 어려워 계속 연습하고 걱정했었는데, 다른 저자들의 발표를 들어보니, 오히려 자신의 연구 분야를 소개하고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구체적인 연구의 방법보다는 연구의 필요성과 얻어낸 finding에 집중해서 설명하는 것을 보며, 정말 HCI 답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관심이 있으면 디테일한 부분은 발표 이후에 찾아보거나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아낼 수 있으니 그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준수씨의 발표를 듣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같은 연구실 동료의 준비 과정을 지켜보고, 발표 내용 첨삭을 도왔던 내용이 실제 세션에서 발표되는 걸 보면서 대단하고, 자랑스러우면서 나도 저렇게 발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준수씨는 엄청난 시간을 쏟아 준비하면서도 내내 불안해 했지만, 결국 완성도 높게 자신의 발표를 마무리 했다.

데모 부스 구경은 CHI의 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과 1:1로 만나 연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실제 그 결과물을 보고, 듣고, 만져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글이나 말로 전달되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했다. 처음 경험하는 다양한 촉각 렌더링 기술(electrotactile, ultrasonic phased array, resonant traveling wave)부터 VR, 3D 프린팅 기술, 액추에이터, 디스플레이 등 인간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공하고 변조하거나 착각하게 만드는 수많은 장치들, 그리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AI와 접목된 기술들을 보며 정말 미래의 기술들을 만드는 곳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굉장한 연구들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학회에 참석할 수 있게 해준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수많은 새로운 연구 주제와 기술을 보고, 학회의 진행 방식, 발표 내용들을 배웠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연구자들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보았다. 이 학회에서 만나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내가 좋은 연구자로써 성장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PS) 마지막 날 저녁에 먹은 야키토리와 솥밥은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맛도 근사했지만 현지인들의 분위기 넘치는 식당이라는 감성은 정말 굉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