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윤 ISMAR'25 후기
올해 ISMAR 2025가 대전에서 열렸다.
석사 과정 동안 공동 1저자로 참여했던 논문이 채택되며, 처음으로 ISMAR 학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VR 인터랙션 연구를 시작하며 논문으로만 접했던 학회를 직접 경험할 수 있어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학회 기간 동안 들었던 여러 세션들 가운데, Interaction Design for eXtended Reality 튜토리얼은 XR 인터랙션 설계의 기본을 다시 짚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동안 구현과 실험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오며, HCI 관점의 설계 프레임워크나 요구사항 도출 과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튜토리얼을 통해 XR에서도 결국 사용자의 맥락과 경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논문 발표 세션에서는 다양한 XR 인터랙션 연구들을 직접 들으며, 최근에 제안된 새로운 연구들이 어떤 문제의식과 맥락 속에서 등장했는지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연구 질문을 설정하는 방식이나 실험을 설계하는 관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발표 이후 이어지는 질문과 토론을 통해 하나의 연구가 더 확장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의미 있었다.
그중에서도 Locomotion 세션은 개인적으로 가장 긴장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이 세션에서 내가 공동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졸업한 상태라 직접 발표를 하지는 못했고, 함께 공동 1저자로 참여했던 이전 연구실의 후배가 발표를 맡아 진행했다.
내 이름이 올라간 발표 슬라이드와 결과들이 국제 학회 무대에서 발표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뿌듯함과 아쉬움이 함께 느껴졌다. 직접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더 차분하게 연구 내용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고, 한 편의 논문이 완성되어 이렇게 공유되는 과정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왔다. 동시에 다음에는 발표자로서 이 자리에 서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ISMAR에 참가하며, VR 연구를 계속해보고 싶다는 나의 관심과 방향을 존중해주시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지도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연구 주제와 방향에 대해 자율적으로 고민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덕분에, 이번 학회 경험이 나에게 더욱 값진 시간이 되었다.
교수님의 학생에 대한 신뢰와 지속적인 지원 덕분에, 연구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는 태도 또한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성실하게 연구에 임하고 싶다.
소심해서 직접 말씀드리지는 못했지만, 이 글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다음 ISMAR 2026은 이탈리아 바리에서 열린다고 한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잘 정리하고 문서화해서, 다음 학회에도 내 연구를 들고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돌이켜보면 올해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 2월에 IRB 승인을 받았고, 3월에는 파일럿 테스트와 사용자 실험을 진행하며 하루하루를 실험과 데이터 분석으로 채워갔다. 4월이 되자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매일 논문을 붙잡고 있었지만 결국 모든 내용을 충분히 다듬지 못한 채 저녁 9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제출 버튼을 눌러야 했다.
제출 이후에는 더 이상 고칠 수 없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았고, 이번 학회는 실패라고 생각하며 ISMAR는 포기한 채 다음 학회나 저널을 목표로 다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정리했었다. 논문을 완벽하게 완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안고 기다리던 리뷰에서, 부족함 속에서도 연구의 의미를 발견해준 리뷰어의 코멘트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UPD를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연구는 왜 UPD가 발생하는지를 원인을 연구했고, 그 메커니즘을 시야 전체가 아닌 주변시에 한정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리뷰를 읽으며, 미완성이라는 아쉬움 속에서도 밤을 새워가며 썼던 시간들이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다. 부족함 속에서도 이 연구의 의미를 발견해주었다는 사실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후 논문을 수정해 제출했고, 논문은 최종적으로 ISMAR 2025에 채택되었다. 그 결과를 확인하던 순간에는,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고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이번 ISMAR 2025는 결과보다도, 연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경험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앞으로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큰 동력이 될 것 같다. 내년 바리에서 열릴 ISMAR 2026을 향해, 오늘도 차분히 다음 연구를 준비해보려 한다.
아자아자 화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