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윤 UIST'25 후기

9월 28일 부산파라다이스에서 개최된 국제 학회인 UIST’25에 참가했다. UIST라는 학회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UI Technology)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학회 중 하나로, 매년 전 세계의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모여 새로운 인터랙션 패러다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입력 기술, 시각화, XR, AI 기반 인터랙션 등 다양한 주제를 발표한다. UIST는 이론 연구보다는 실제 구현(prototyping)과 데모 중심의 실험적 연구가 활발히 공유되는 것으로 유명하며, UI와 HCI 분야의 최신 기술 동향을 직접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다. 부산에서 열린 만큼 더 가까이 느껴졌고, 평소 논문으로만 보던 연구들을 실제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기대되었다.

VR HCI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으로서 이번 UIST’25 참가의 내가 세운 나만의 목표는 최신 XR 인터랙션 연구 동향을 직접 보고 배우며 다양한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내 연구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것이다. 특히 데모 세션에서, 논문으로만 접하던 연구를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적 영감을 얻고 싶었다.

[1] UIST’25 첫인상

이번에는 학생봉사(SV)가 아닌 배움의 자세로 UIST’25에 참석했다. 학회장에는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었고 논문 발표 세션과 데모 부스에서는 최신 인터랙션 연구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연구를 배우는 학생의 시선으로 학회를 바라보며, 발표 내용뿐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를 직접 체감하며 경험할 수 있었다. 논문으로만 접하던 연구자들의 발표를 직접 듣는 것은 연구자로서 큰 자극이 되었다.

[2] 인상 깊었던 Regular Paper

UIST 2025의 논문 발표 세션은 생각한거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발표는 긴 설명보다 시각적 자료와 영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청중이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핵심만 간결히 전달했다. 덕분에 이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이해하기 쉬웠고, 발표의 집중도 또한 높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는 Adaptique: Multi-objective and Context-aware Online Adaptation of Selection Techniques in Virtual Reality였다. 이 연구는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사용자의 거리나 자세, 목표물의 크기 등에 따라 조작 방식을 자동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복잡한 알고리즘보다는 사용자 입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에 초점을 맞춘 설명이 인상 깊었고, 짧은 영상 자료를 통해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발표를 들으며 연구를 발표할 때 단순히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듣는 사람이 그 의미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3] Demo & Poster

Demo와 Poster 세션은 논문 발표보다 훨씬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부스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시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발표자들은 다른 연구자들에게 직접 시스템을 보여주거나 체험하게 하며 연구를 설명했다. 논문으로만 접하던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어 있는 모습이 신기했고 연구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우리 연구실 학부생이 포스터를 발표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연구실에서 익숙한 얼굴이지만 학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당당했다. 다른 연구자들이 찾아와 질문을 하고, 그에 또박또박 대답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자랑스러웠고 같은 연구실 구성원으로서 큰 자극을 받았다.

이 세션을 통해 느낀 점은, 좋은 연구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왜 필요한지, 사람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를 직접 전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자유로운 대화와 체험 중심의 분위기 속에서 학회는 단순한 발표의 장을 넘어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4] Reception (Buffet Food & Drinks)

야외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자유롭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리셉션이 중간중간 열렸다. 사람들은 각자 음식을 담아 들고 와 테이블에 모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마침 빈자리가 있는 테이블에 다가가 Excuse me, is it okay if I join this table? 이라고 말을 건넸고, 그 한마디를 계기로 처음 만난 연구자들과 대화가 이어졌다. 서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그 연구의 목적과 기여(contribution)는 무엇인지, 또 연구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솔직하게 나눴다. 격식 없는 자리였지만, 오히려 그런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논문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적인 대화가 오갔다. 그 순간 학회가 단순히 결과를 발표하는 곳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서로 배우고 연결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5] 마무리

이번 UIST’25 참가를 통해, 좋은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발표, 데모, 포스터, 리셉션까지 모든 순간이 학문적 정보뿐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태도와 표현 방식을 배우는 기회였다. UIST는 단순한 학회가 아니라, 연구자들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하는 장이었다. 이번 경험은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고민하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고, 연구는 결국 사람을 향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귀한 경험의 기회를 주신 지도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교수님의 꾸준한 지도와 격려 덕분에 단순한 학회 참가가 아니라 진정한 배움의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경험을 밑거름 삼아, 앞으로는 스스로 의미 있는 연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다. 또한, 이번 학회를 통해 느낀 배움과 영감을 잊지 않고 연구의 과정 속에서 항상 사람에게 닿는 연구를 고민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