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현 UIST'25 후기

UIST 2025는 부산 해운대에서 개최되었다. 국제학회임에도 국내에서 열린 덕분에 접근성도 좋고, 시차나 언어 문제 없이 참가할 수 있어서 좋았다.

CHI는 HCI의 넓은 범위를 다루는 거대한 학회라는 느낌이었다면, UIST는 혁신적인 괴짜들의 발명품 전시회처럼 느껴졌다. 교수님의 조언과 UIST paper 가이드라인에서도 엿볼 수 있었지만, UIST를 참석하며 둘러본 연구들은 정말 새롭고 참신한 연구들의 정수였다.

학회장 화단 흙으로 작동 시연을 보여줬던 SoilSense팀의 발표

세션 발표를 들으며 놀라울 정도로 눈길을 끄는 다양한 연구 주제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짧은 발표시간에도 직접 시연을 보이는 발표들이 돋보였는데, 흙으로 만드는 센서와 회로를 연구한 SoilSense팀은 자신들의 센서가 대부분의 흙에 범용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호텔 화단의 흙을 퍼와서 작동하는 것을 시연했고, 발표 도중에 풍선이 달린 로봇을 가져온 Buoyance팀, VR 장비를 직접 착용해 시연을 진행한 EclipseTouch팀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시연이 부족한 발표 시간을 많이 소모해서 비효율적이지 않은가 생각했지만, 짧은 (그리고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발표 시간동안 효과적으로 주의를 집중시키고 새로운 질문들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들이 시연 도중에 보여주는 진심으로 즐거워보이는 표정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보여주기 충분했고, 그들의 연구에 대한 진정성이 돋보여 멋지고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목과 볼에 펠티어 소자로 시간에 맞게 냉감을 가해 마시는 음료를 실제보다 더 차갑게 느끼게 만든 PhantomFeel dots

세션 발표에서조차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직접 시연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연구자들의 진가는 데모 세션과 student inovation challenge에서 더욱 강렬하게 드러났다. 완전히 새로운 구조의 장치와 혁신적인 기술로 연구된 다양한 피드백 시스템, MR 인터페이스, 로봇 인터페이스, 생산 기술을 직접 만지고, 듣고, 보고, 느낄 수 있었고, 이 매력적인 장치들에 매혹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부스를 돌아다니며 경험했다.

AR에서 room scale Haptic retargeting을 보여준 SwitchAR

특히 AR 장치에서 haptic retargeting을 시연했던 SwithAR, 근신경을 비접촉식으로 자극시켜 촉각이나 관절 움직임을 유도한 NeuroFlux, 손아귀의 촉각 롤러를 이용해 힘과 토크를 구현한 Handheld shear force feedback controller 등, 감각을 속이거나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극하는 데모들은 논문에서만 보던 기술들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

귀에 압력을 가해 잠수, 등산처럼 귀가 먹먹해지는 피드백들 연구한 EarPressureVR의 장치.
Linear actuator의 구현 구조를 참고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

새로운 구조, 액추에이터, 센서, 패키징, 기술들을 보며 쉴새없이 촬영하고 메모하고, 질문했다. 특히 내가 시도하거나 관심 있었던 연구들만 보이면 거침없이 자리에 앉아 직접 경험해보고, 저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디테일한 부분들을 직접 설명을 들었다. 논문의 정리된 지식도 좋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며 들은 “살아있는” 지식들이 새겨지며 감탄과 영감이 몰려들었다.

유일한 문제는 시간이었다. 저녁도 거르고 모든 부스를 신나게 돌아다녔지만, 몇개의 부스를 놓친 점이 너무 아쉬웠다. 데모가 끝나고 서로 방문한 부스들에 대해 랩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던지고, 방문하지 못한 부스들에 대해 정보를 나누던 시간도 정말 즐거웠다.

Vision Talk도 매우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단순히 연구 하나하나가 아니라 여러 연구를 거치며 HCI의 발전과 확장을 앞장섰던 대가 연구자들이 보여주는 HCI에 대한 통찰이 돋보였다. 특히 Pedro Lopes 교수님의 컴퓨터 시스템의 크기와 인간과의 거리를 보여준 다이어그램, 그리고 HCI라는 단어에서 I가 interaction이 아니라 Integration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비전은 수많은 세션과 데모들 속에서도 깊게 기억에 남았다. 그동안 연구 하나하나에 너무 몰입하며 나무만 보다가 숲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 느낌이었다.

끝으로 바쁜 학회 기간 내에도 깜짝 파티로 내 생일을 챙겨주신 교수님과 랩실 동료들에게 큰 감사를 전한다. 학회에서의 열정 넘치는 연구들, 연구자들과 함께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