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윤 CHI'26 후기
2026년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Barcelona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BICC)에서 열린 CHI 2026에 참가했다.
CHI(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는 ACM에서 주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HCI) 국제 학회로, 매년 새로운 인터랙션 기술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된다.
평소 수업 과제와 연구를 위해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는 과정에서 CHI 논문들을 자주 읽어왔고, 박사과정 동안 CHI에 내 논문을 꼭 써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학회 참가는 나에게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학회장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연구자들의 분위기였다. 발표장 안과 밖, 포스터 발표 공간, 의자가 있는 휴식 공간 등등 곳곳에서 연구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발표가 끝난 직후에도 방금 발표된 연구에 대한 질문과 토론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논문 속에서만 보던 CHI라는 공간이 실제로는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경험이 계속 오가는 거대한 연구 커뮤니티처럼 느껴졌다.
논문 세션을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많은 HCI 연구들이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불편함과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굉장히 깊게 관찰하고 연구했다는 점이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이나 인터랙션을 설명하기 전에 왜 지금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탐구하거나 해결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문제가 사용자 경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먼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발표를 듣다 보면 새로운 기능을 만들었다라는 느낌보다, 사람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고 왜 그 경험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불편함이나 어색함, 반복적인 행동 속 피로감 같은 부분들을 연구 문제로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어떤 연구는 사용자가 잠시 주저하는 순간이나, 움직임 패턴 속에서 연구 질문을 발견했고, 어떤 연구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어색함을 굉장히 자세히 분석하고 있었다. 발표를 들으면서 HCI 연구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하고 있으며 왜 그 경험을 바꿀 필요가 있는지를 발견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학회 중간에는 교수님께서 식사를 사주셔서 바르셀로나의 다양한 음식들도 맛볼 수 있었다. 해산물이 들어간 빠에야와 여러 종류의 스페인 음식들을 먹었는데,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음식들이라 굉장히 새롭고 인상 깊었다. 학회 일정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잠시 쉬는 시간 자체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발표와 데모를 보며 하루 종일 긴장하고 집중하다가도, 바르셀로나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니 정말 해외 학회에 와 있다는 느낌이 더 실감나기도 했다
이번 학회는 언젠가는 나도 CHI에 꼭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 크게 만든 경험이기도 했다. 발표장 안에서 연구자들이 자신의 고민과 아이디어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에는 논문 없이 참가자로 학회에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고민한 사용자 경험을 담은 연구를 논문으로 CHI에서 발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번 CHI를 통해 앞으로 사람들의 경험과 문제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HCI 연구를 해보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소중한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주시고 항상 아낌없이 지도해주시는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CHI에서 보고 느낀 경험들을 오래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사람들의 실제 경험과 문제를 더 깊게 관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HCI 연구자가 되기 위해 계속 배우고 노력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내가 고민한 연구 논문으로 다시 CHI에 돌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