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현 CHI'26 후기

4월의 바르셀로나는 화창했다. 두번째로 참석한 CHI는 작년 요코하마보다 더 규모가 커졌고, 수많은 열정적인 연구자들이 새로운 주제와 발견을 가지고 모였다. 첫번째 CHI보다는 익숙하지만, 또 새로운 마음으로 학회장의 문을 열었다.

이번 CHI에서 새롭게 느낀 점은 그동안 배우고 경험한 지식들에 의해 새로운 안목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주제로 발표를 해도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던 작년과는 달리, 익숙한 이름의 교수님들과 익숙한 액추에이터 시스템, 그리고 접근법을 만날 수 있었다. 저자가 비슷한 연구 주제를 어떻게 확장시키거나 구체화 시켰는지, 작년에 포스터로 나왔던 연구가 어떻게 페이퍼의 형태로 완성되었는지, 해당 연구실에서는 어떤 주제와 흐름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지 등, 작년에는 볼 수 없었던 메타적인 안목이 생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학회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세션 입장 난이도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작년과 달리 세션 발표장 내에 좌석수를 초과한 인원의 입장을 제한했고, 앉아서든 서서든 원하는 세션 발표장만 찾으면 어떻게든 들을 수 있었던 작년과 달리,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거나 세션 발표 도중에 다른 주제의 세션 발표장으로 이동하려고 하면 입구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과 마주해야 했다. 덕분에 전날 세션별 발표 논문들을 더 꼼꼼히 검토하고, 세션 내에 한개더라도 내가 꼭 듣고 싶은 발표를 들을지, 전반적으로 연관성이 더 높은 세션을 들을지 전략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허리의 진동촉각 배열에서 2개 이상의 진동점을 구별 가능하게 느끼게 하기 위한 새로운 렌더링 방식에 대한 포스터.
발표자와 허리 이외의 부위나 부위별 민감도에 영향에 대해 많은 후속 연구에 대해 논의했다.

엄청난 수의 포스터들은 CHI의 규모를 실감나게 했다. 온전하게 완성된 페어퍼들도 매력적이었지만, 아직 아이디어 단계이거나, 충분히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포스터들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눈을 빛내며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열정적으로 후속 연구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기술과 액추에이터에 대해 응용 분야를 논의하며 연구자들의 열정에 빠져들 수 있었다.

목 주변에 피에조를 이용한 에어젯을 발사하는 피드백 장치의 데모 부스.
대형 압축기나 소음 없이 간단한 소자만으로 강한 바람 피드백을 정밀한 세기와 높은 시간 해상도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데모 부스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을 실제로 만지고 경험해볼 수 있었다. 혓바닥에 적용되는 electrotactile display, 목 주변에 가해지는 airjet array, 장갑 기반의 실시간 열전도율 렌더링 등 글로는 전달될 수 없는 기술들을 직접 경험해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고, 동시에 현실적인 한계와 개선 방향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미래의 기술을 연구하는 HCI답게, 정말 놀랍고 새로운 기술들이 많았지만, 머지않아 상용화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지난 학회도 그렇지만, 열심히 듣고 배우다보면 학회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 배운것이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고, 공유하고, 공부하며 온전히 내것으로 소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좋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