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웅 한국햅틱스학회'26 후기
2026년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4일간 서울에서 열린 제4회 한국햅틱스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했다.
이전에 공모전을 통해 다른 학회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공모전 준비로 바빠 학회 자체를 충분히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다양한 발표를 듣고 직접 데모를 체험한다는 의미에서 본격적으로 학회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날에는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신청해주신 햅틱스쿨에 참여했다. 로봇 스킨과 BCI 기술의 현황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강의를 듣기 전에는 BCI 분야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실제 강의를 들어보니 로봇 스킨 분야 역시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다.
위 사진은 해당 강의를 진행한 교수님께서 최근 제작하신 로봇 스킨이다. 홀 센서와 자석을 활용하고, EIT(Electrical Impedance Tomography) 기법을 적용하여 표면의 변형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나 역시 이전 프로젝트에서 자석과 홀 센서를 사용한 경험이 있어 더욱 관심이 갔다. 특히 장치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외부 자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기장 교란을 배제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과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도 고민했지만 끝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들었다.
BCI 강의에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뿐만 아니라 새롭게 접한 내용도 많았다. 특히 비침습 BCI에서 EEG를 활용하는 여러 방식 중 SSVEP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특정 주파수로 깜빡이는 시각 자극을 바라볼 때 시각피질에서 이에 동기화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측정해 사용자가 주목하고 있는 타깃을 구분한다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비침습적인 방법만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정말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한편 SSVEP처럼 사용자가 특정 시각 자극을 지속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인터페이스의 관점에서는 아이트래킹과 비교했을 때 어떤 장점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현재의 비침습 BCI는 입력 속도와 사용할 수 있는 명령의 종류 등에 여전히 제약이 큰 만큼, 의료적 목적을 넘어 일반 사용자를 위한 인터페이스로 널리 활용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날에는 학회에서 발표될 데모와 포스터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기조강연이 진행되었다. 기조강연은 Robot Haptics와 Humanoid를 주제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되었다.
Robot Haptics에 대한 강연에서는 손으로 작업을 수행할 때 얻는 촉각 정보가 Physical AI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강연 중 인간의 손에 마취를 한 상태로 물체를 집는 등의 단순한 작업을 수행하게 하면 평소에는 쉽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작업조차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워진다는 연구 사례가 소개되었다. 이를 들으며 평소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촉각 정보가 인간의 움직임과 작업 수행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아가 Physical AI 시대에 로봇 손이 다양한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촉각 인터페이스뿐 아니라 이를 학습하기 위한 촉각 데이터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Humanoid에 대한 강연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이 지금까지 개발해왔거나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로봇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기존 로보틱스에서 널리 사용되던 모델 기반 제어 방식에서 현재의 AI 기반 학습 제어 방식으로 변화해온 과정과, 한국기계연구원이 세계적인 휴머노이드 기술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 그리고 궁극적으로 휴머노이드가 갖추어야 할 기능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국내 휴머노이드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셋째 날에는 구두논문 세션과 데모 세션이 진행되었다. 전날의 짧은 소개를 들으며 눈여겨봤던 데모를 포함해 거의 모든 데모를 직접 체험해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데모도 있었고, 반대로 직접 체험해보니 예상과는 다르게 느껴졌던 데모도 있었다. 논문이나 발표만으로 기술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장치를 몸으로 경험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위 사진의 데모는 음압을 이용한 흡착 구동을 통해 새로운 촉각 감각을 제공하는 액추에이터에 관한 데모이다. 기존의 많은 햅틱 장치가 진동, 온도, 바람 등을 이용해 감각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이 장치는 피부가 흡착되는 느낌을 이용해 기존 장치와는 상당히 다른 감각을 전달했다. 특히 꿀과 같이 점성이 높은 물체를 만졌을 때 느낄 수 있는 끈적한 감각처럼 기존 방식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촉감을 구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방식의 자극을 통해 표현 가능한 촉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다음 데모는 소개를 들었을 때 가장 기대했던 데모 중 하나였다. 힘줄에 직접 진동을 가해 손가락이 굽혀지거나 펴지는 듯한 Flexion과 Extension 감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실제 데모에 참여해 장치의 위치를 여러 차례 조정하고 반복해서 체험해보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Flexion과 Extension 감각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느껴지지는 않았다.
힘줄 진동을 통해 근육의 길이 변화에 대한 고유수용감각을 자극하고, 실제 움직임이 없어도 움직임이 발생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원리를 활용한 것으로 이해했다. 개인적으로는 손가락 앞뒤의 힘줄이 물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만큼 진동이 주변으로 전달되는 점도 명확한 감각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했던 만큼 강한 감각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자극 위치나 구동 방식 등이 개선되어 더욱 분명한 움직임 감각을 전달할 수 있다면 웨어러블 햅틱 인터페이스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데모 세션이 끝난 이후에는 저녁 만찬이 진행되었다. 학회에서 마련한 만찬을 즐기며 피아노와 바이올린 공연을 감상했고, 이후에는 학회 운영에 참여한 여러 위원들에 대한 감사와 공로패 수여식이 이어졌다.
마지막 날에는 우리 연구실에서 함께 인턴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민서 씨의 발표가 있었다. 다른 발표자들이 발표 중 긴장한 모습이 종종 보였던 것과 달리 매우 자연스럽게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바로 답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질문을 받았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며, 연구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렇게 나에게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학회 경험이 마무리되었다. 여러 프로젝트를 직접 구현해본 경험은 있었지만, 연구 질문을 설정하고 이를 검증한 뒤 결과를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연구 방법론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번 학회에서 다양한 연구 발표와 데모를 접하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연구로 발전하고,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다른 연구자들에게 전달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경험을 통해 단순히 흥미로운 장치를 구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무엇을 알아내기 위한 연구인지 명확한 질문을 세우고 이를 적절한 방법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여러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다음에는 단순히 학회에 참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 역시 직접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사람으로 참여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이러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학회 참여 기회를 마련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이번 후기를 마친다.